기술톡! 넥서스와 컨버전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소셜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모빌리티(mobility), 클라우드(cloud), 정보(information) 등 네 가지 트렌드가 하나로 수렴해 개인의 삶과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모습을 두고 여러 요인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뜻으로 넥서스(Nexus of forces)라는 표현을 쓴다. 과거 컨버전스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비롯한 여러 기술의 수렴을 말하던 것과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은 왜 수렴하는 것일까? 한 군데로 모인다는 뜻의 컨버전스(convergence, 수렴, 융합)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딘가를 향해 모인다는 뜻인데, 그 중심점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지 상상해 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이용하는 기술은 처음 등장할 때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곤 한다.

벨(Alexander Graham Bell)은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말하도록 가르치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도 귀가 안들렸고 아내인 메이블 허버드(Mabel Hubbard)도 실은 벨이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귀가 잘 안들리는 아내를 위해 보청기(hearing aid) 개발을 위한 연구를 했다. 결국 이 연구는 전화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에디슨(Thomas Alba Edison)은 전화로 얘기한 내용을 기록할 장치(자동응답기와 유사한 개념)를 발명하기 위한 연구를 했고, 소리를 기록하는 장치인 축음기(phonograph)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소리를 기록하는 비용(에디슨의 축음기는 원통에 소리를 기록했다)이 기록한 내용을 재생하는 비용보다 터무니 없이 비싸서 소비자가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소리를 기록하는 기술은 음반회사가 주로 사용했다. 생산도구가 생산자에게만 국한된 것이다. 요즘처럼 누구나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생산도구가 경제적으로 널리 보급되었기에 가능해졌다.

이처럼 기술도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결국 그 시대의 경제수준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기술로 발전하게 된다. 미디어 전문 교육자인 폴 레빈슨(Paul Levinson)은 이러한 현상을 기술의 자연 선택설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기술은 사용자인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야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소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가트너의 넥서스는 결국 이들 기술 트렌드가 사람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언제 어디서나 친구들과 소통하고 재미와 기쁨, 슬픔을 나누고픈 사람들의 욕구를 즉시 실현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클라우드는 이러한 모바일 액세스와 관련해 더욱 빨리 발전하고 원하는 정보를 궁금할 때 바로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넥서스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 답은 사람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내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종이접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던 그 시절.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 앞에서 늘어놓던 그 시절. 시인도 되고 싶고, 가수도 되고 싶고, 춤도 추고 싶던 그 시절. 과학자를 꿈꾸던 어린 시절. 세상의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을 돕고 싶은 그 바람. 이 모두를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면?

한 마디로, 기술은 우리가 가장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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